Chasing Coral, 산호초를 따라서

집에 거진 십년을 함께 살아온 행운목이 있다. 집안 화초 돌보기는 늘 엄마의 소소한 취미이자 몫이었고, 나는 솔직히 가끔 엄마가 식물에 지나치게 준 물이 화분 밑으로 새어나와 바닥을 더럽힐 때마다 짜증스럽고 귀찮은 입장이었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은 화초들을 뭐 그리 좋다고 이렇게 많이 집에 들여놨을까, 굳이 둘 거면 예쁜 것들로 두지. 집 좁아지게.
있는 듯 없는 듯 꽃도 피우지 않지만 시든 적도 없이 잘 자라온 행운목은 거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가져온 화분으로 새롭게 옮겨 심은 이후 눈에 띄게 시들시들 앓기 시작했다. 방향 잴 것 없이 중구난방 끝을 모르고 자라 미관을 헤치던 행운목에게서 줄기들이 생기를 잃고 갈변하던것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수 년을 물 한 번 안주고 찬밥 취급해왔던 주제, 행운목이 눈에 띄게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는 분갈이로 인해 환경이 갑작스레 달라지니 행운목도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도 지금은 며칠 전보다 나아졌다 하는데, 내 눈에는 행운목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고, 싱싱했던 잎들을 완전히 잃고 다시는 건강하던 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십 년을 눈치챌만한 변화 없이 늘 건강하고 같은 모습이었던 생물이 하루 아침에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시들해질 수 있는 거야.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니고 사시사철 푸르른 행운목이잖아. 건강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아파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걸 목격한 기분이었다. 울적했다.
죽지 않고 지금까지 시들시들 버텨온 행운목 덕에 나도 곧 그런 상태가 익숙해졌고 다시 무관심해졌다. 그리고 가볍게, 조용히 볼만한 것들을 고르는 와중에 택한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는 행운목이 죽어갈 때의 기분을 그대로 재생시켰다. 평생을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궁금해 한 적도 없던 산호가 죽어가는 이미지만으로 마음이 괴로웠다.
그동안 산호초는 기껏해야 픽사 애니메이션이나 어디서 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짧은 이미지로만 남아있었다. 현실의 산호초가 어떤 생물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솔직히 관심없었다. 바다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없고 수영도 못해서 여행 중 <돌고래와 수영을>같은 패키지 상품에 열광하는 친구 옆에서 나는 미적지근했다.
지구온난화라는데, 1~2도 기온 올랐다고 당장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진 않잖아.
원래 자연적으로 기온이 변화하는 거 아니야?
수온이 오르는 게 큰일인가?
하얘진 산호 아름답기만 한데 뭐가 문제야.
산호가 죽어가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Chasing Coral, 레퍼런스가 그닥 없는 사람들에게 산호초를 따라서라는 이름과 아름다운 썸네일만 봐서는 흔히 자연의 경이로움과 해양 세계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류의 자연 다큐를 떠올리기 쉽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간 내어 찾아 감상하고 감탄할 정도의 감수성도, 인내심도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흔히 패스하기 쉬운데, 실은 기후변화에 관심없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수작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괜스레 가졌던 의심과 의문들에 대한 답변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내러티브 방식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괴리감 없이 자연스레 프로젝트에 함께 이입할 수 있게 한다.
And that's when I realized one of the biggest issues with the ocean is
it is completely out of sight and out of mind and that, essentially, is an advertising issue.
그때 깨달았어요. 바다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중 하나는 사람들의 무관심이에요.
홍보가 필요한거죠
You know, when you look at our planet, it's unique in the known universe because we've got an ocean that is the source of life.
And it controls everything. It controls the weather. It controls the climate. It controls the oxygen we breathe.
지구는 생명의 근원인 바다가 있는 유일한 행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다가 전부 조절하죠. 날씨와 기후, 산소를 조절하죠.
Without a healthy ocean, we do not have a healthy planet.
바다가 병들면 지구도 건강할 수 없어요.
How do you communicate these issues?
이 문제를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Coral bleaching is very difficult to communicate. You see a picture of a beautiful white reef.
Is that a good bad thing?
산호 백화 현상은 알리기가 꽤 힘들어요. 아름다운 하얀 산호초 사진을 보세요. 좋은지 나쁜지 모르죠.
This is the most beautiful transformation in nature.
The incredibly beautiful phase of death
And it feels as if it's the corals saying: "Look at me. Please, notice"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변이예요.
극도로 아름다운 방법으로 죽음에 대항하고 마치 산호가 말하는거 같아요. 나를 봐. 제발 알아줘
You're talking about an event similar to the rainforests of the world turning white over a very short period of time.
Everyone would be jumping up and taking notice wondering what the hell is happening
비슷한 일이 열대 우림에 벌어져서 단시간에 하얗게 변하면
다들 깜짝 놀라 주의를 기울이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겠죠.
You may think, "Well, this is just a cycle that we go through."
This isn't a natural cycle.
This is a phenomenon directly attributed to climate change, and it's something that we've only seen in recent years.
정상적인 자연의 주기로 생각할수도 있어요. 아니에요. 전적으로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에요.
최근 들어 목격되기 시작했죠.
산호의 나이테를 통해 역사를 거슬러보면, 지금 우리가 보는 백화 현상은 자연적인 변동이 아니에요.
명백하게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대기에 배출된 탄소 때문입니다.
I think a lot of people don't realize climate change is happening because most of the extra heat trapped by greenhouse gases has been transferred to the oceans.
많은 이들이 기후 변화를 깨닫지 못해요. 넘치는 열 대부분이 온실가스에 갇혀서 바다로 가니까요.
대기층에 갇힌 열 93%가 바다로 갑니다.
바다가 열을 흡수하지 않으면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50도가 될거에요.
We look at climate change as if it's an issue in the air.
And you go, "One or two degrees Celsius? Does that really matter?"
대기와 관련해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그러죠 '1-2도 변화가 그렇게 심각해요?'
But when you talk about the ocean.. it's like your body temperature changing.
And that's the seriousness of the issue when you look at it in terms of the ocean.
근데 수온이 변하는 건 체온이 변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 체온이 1-2도 정도 평균이 오른다고 생각해보세요.
일정 기간 오르면 치명적이겠죠. 그래서 수온 변화가 심각한 문제인겁니다.
When coral bleaches and dies.. you're losing the coral animal.
And that's a shame, 'cause it's a beautiful thing.
But a coral is.. a fundamental part of a huge ecosystem.
It is, in a way, just like the trees in a forest.
If coral reefs are lost, we're affecting the life of a quarter of the ocean.
If the little fish disappear, the big fish disappear, and then you can look at humans as one of the big fish.
산호가 백화돼 죽으면 산호 동물도 사라지죠. 안타까워요 정말 아름답거든요,
근데 산호는 거대한 생태계의 근간이에요.
숲에 나무가 있는 것처럼요.
산호초가 사라지면 해양 생물의 25%가 영향을 받아요.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 다 사라지죠. 인간도 큰 물고기로 볼 수 있어요.
It's easy to think about the fate of an individual species.
But what is a little harder to explain it's the beginning of an ecological collapse of the entire ecosystem.
It's more than the species, the genus, the family, the order.
We're talking about the possibility that entire classes of the organisms would go extinct.
고작 한 종의 운명으로 생각하기 쉬워요. 근데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건 생태학적으로 붕괴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생태계 전체가요. 유기 생명체 전체가 멸종될 가능성을 말하는 겁니다.
When scientists say they're researching climate change and coral reefs,
it's not about whether or not climate change is happening or not.
It's really the uncertainty between knowing whether it's going to be bad or really bad.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와 산호초를 논할 때 논점은 기후 변화 여부가 아니예요.
결과가 어디까지 악화될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죠.
Coral reefs will not be able to keep up, they will not be able to adapt, and we will see the eradication of an entire ecosystem in our lifespan.
That is a very gloomy statement. But, unfortunately, it is true.
산호초는 버티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할 거예요. 그러면 생태계 전체가 멸종될 겁니다.
우리의 생애 동안에요. 매우 우울한 징조예요. 불행히도 사실이죠.
Everything on our planet is connected. What we're doing is pulling out the car called "coral reefs" from this house of cards.
And the real fear is that we'll take out enough of those cards where the whole thing will just simply collapse.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연결돼 있어요. 우린 위태로운 카드집에서 '산호초'카드를 뽑은 거 예요.
정말 두려운 건 이렇게 카드를 계속 뽑다 어느 순간 다 무너진다는 거예요.
If we can't save this ecosystem, are we gonna have the courage to save the next ecosystem down the line?
이 생태계를 못 구한다면, 다른 생태계는 용감하게 구할 수 있을까요?
Do we need forests? Do we need trees? Do we need reefs?
Or can we just sort of live in the ashes of all of that?
숲이 필요해요?
나무는 필요해요?
산호초는요?
아니면 이 모든 잿더미 위에서 살까요?